Scilavinka


대부분의 사케는 입에 대는 아마쿠치로 느껴지고, 마신 후에는 그 알코올의 자극 때문에 카라쿠치로 옮겨 가다, 결국엔 둘 중 더 강한 인상을 남긴 맛과 향으로 사케의 맛을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병의 라벨에는 단맛과 매운맛 사이의 게이지를 그려 넣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사실 마시는 사람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알코올이 주는 느낌을 맵다고 느끼기도 하고, 쓰고 신 맛을 매운맛으로 느끼기도 하는 등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리 좋은 구분 법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맥주에 홉과 맥아가 들어갔으니 쓴맛이 난다고 말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쓴맛을 내는 홉을 넣어서 맥주는 만들었는데 쓴맛이 안나면 이상하지 않은가?


일본에는 ‘우마미’라는 맛이 있다. 일본 음식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맛은 흔히 ‘감칠맛’으로 번역되어 그리 좋지않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 맛 중 하나이다. 이 우마미라는 맛은 20세기 세 명의 일본의 과학자들에 의해 그 존재가 확인되었는데, 오늘날 MSG의 원료로 잘 알려진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 구아닐산 등이 그것이다.


우마미를 만드는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화학합성하여 일본 최초의 화학 조미료 회사를 만든 이케다 기쿠나에의 된장국 일화는 유명하다. 된장국을 끓이는데 다시다를 넣고 끓인 국과 그렇지 않은 국의 맛의 차이가 가는 것을 흥미롭게 여겨,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다 발견한 것이 바로 글루타민산염인 것이다.


우마미는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일본 음식 속에 들어있던 MSG들이 만든 숨은 맛이였던 것이다. 여기엔 일본주인 사케도 예외가 아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왜 와인도 아니고 사케를 즐겨 마시냐고 묻는 다면, 다름 아니라 바로 이 우마미 때문에 마신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사케는 마트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 우마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케 중 하나인, 호시지노코우하이 越路乃紅梅 쿠라모토세이조 蔵元厳封 이다.






알코올 : 15%

정미보합률 : 65%

맛 : 약간 카라쿠치

가격 : 973엔



신문지로 덮힌 외관이 눈에 띄어, 손에 들어보니 65%의 정미보합률에 홍매紅梅주라는 정보를 보고서 장바구니에 담아 보았다. 그리고 상온 상태에서 첫 잔을 따라보니 진한 쌀내음과 단밤, 아카시아꿀향이 가득 풍겨져 나왔다. 첫 맛의 달콤함과 부드럽고 달달한 향기가, 라벨에 적인 약간 카라쿠치 라는 설명과 상반된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전해 주었다.


감칠맛과 신맛의 풍성함이 맛과 향의 신비로움을 선사해주고, 뒷맛의 깔끔함과 진한 우마미의 여운이 곧바로 다음 잔을 기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풍성한 우마미와 향은 이보다 세 배 정도의 가격에 높은 정미 보합률을 지닌 준마이 주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의 발견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느낌의 술에는 같은 우마미를 느낄 수 있는 오댕탕이나 간장조림 요리가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그런, 우마미의 사케의 왕도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있었던 사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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