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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기는 일기장에...
    잡설 2016. 6. 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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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개월 전의 일이다. 


    물리학을 좋아하고, 그래서 계속해서 물리학을 공부 해 나가고자 하지만, 나 개인의 지적 성취가 과학 이라는 전체 지식의 틀 내에서 과연 유의미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인류 지식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진 못하더라고, 그 과정에 참여하여 작은 진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 한 것일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적다면, 내가 과학을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일까?


    과학은 이제 한 명의 위대한 과학자 개인에 의해 발전되고 성취되는 학문이 아니게 되었다. 최신 입자 물리학 논문엔 수 백 명의 과학자들의 이름이 저자 명단에 오르고, 거대한 실험 장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장기적인 투자와 큰 비용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학문이 되어 가고 있다.


    때문에 국가가 과학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보다 커지게 되었고, 과학 정책 방향의 결정과 연구 분야와 주제에 따른 자원의 분배, 평가를 통한 자원의 재분배를 통해, 국가는 과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과정에 개입하고 각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나 개인의 지적 혹은 학업적 성취보다 과학 전반의 지식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다른 과학자들이 보다 나은 연구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정책 결정에 과학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을 직접 해 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 불 처럼 일어났다.


    그래서 가장 먼저 과학 정책 분야로 전공을 바꿀 생각을 하고, 국내의 과학 정책 결정과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관의 책임 교수와 연락을 취하여,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이 대화를 통해 한국 과학 정책 기조와 방향에 대한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과학 정책을 전공하기 위한 경쟁력이 매우 떨어졌다. 그 의도와 목적과는 무관하게, 과학 정책을 다루기 위해서는, 경영학과 경제학, 회계학, 행정학 등의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물리학 전공자는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과학 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생 혹은 연구자들의 전공은 경영학과 경제학이 대부분이며, 이공계 출신의 전공자는 대부분 연구 평가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령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 물리학을 새롭게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는 의아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반응은 대단히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과학 정책을 전공하는데 이공계 출신을 기초부터 배제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태도에 순간 복잡한 심경이 감돌았다.


    덕분에 한국의 과학 정책의 기본적인 기조와 방향은 철저하게 경제학의 논리에 따라, 투입 대비 최대 산출 효율을 갖는 기술 분야에 치중하게 되고, 연구 내용의 평가 방식 역시 경제적 효용의 논리에 따라 재단 되며, 또 그것이 과학 기술의 발전과 국가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물론 한 명의 학자의 말로부터 모든 것을 재단하고 또 일반화하여 판단 할 수는 없으나, 그 씁쓸함은 수 개월이 지난 뒤인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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